행정구역상으로는 샌디에이고에 속해 있지만 라호야(La Jolla)는 샌디에이고와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세련된 호텔과 상점, 카페가 모두 걸어 다닐 만한 거리에 있는 라호야에서 이곳만의 활기를 느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며칠이 훌쩍 가버리죠.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처음 샌디에이고를 방문한다면, 라호야는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해안에서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입니다. 다운타운에서 20분만 북쪽으로 가면 라호야 쇼어(La Jolla Shores)의 백사장이 펼쳐지는데, 서핑과 스노클링, 모닥불도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이 마을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도 있습니다. 라호야 카약(La Jolla Kayak) 혹은 샌디에이고 바이크 앤드 카약 투어(San Diego Bike and Kayak Tours) 등의 업체에서 예약하면 패들보드나 스노클링을 즐기며 화려한 색을 뽐내는 가리발디(자리돔의 일종)나 레오파드 상어(물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를 볼 수 있습니다. 발을 물에 담그지 않고 더 많은 해양 동물들을 보고 싶다면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와 연계하여 운영되는 버치 아쿠아리움(Birch Aquarium)에 가면 됩니다. 어린이 수영장(The Children’s Pool)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해수욕장의 방파제에서도 물개들이 쉬거나 새끼를 돌보거나 서로를 부르며 짖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물개들은 더 코브(The Cove)와 버드 록(Bird Rock) 구역에 서식합니다. 라호야 중심 가까이에 있죠. 상점과 식당, 숙박시설이 많은데, 그 어디를 가더라도 바다가 잘 보입니다. 가장 유명한 숙박시설로는 ‘핑크 레이디’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라 발렌시아 호텔(La Valencia Hotel)을 꼽을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출항을 앞둔 군인들이, 이후에는 그레고리 펙 같은 할리우드의 대배우들도 묵었던 곳으로, 지중해풍의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쇼핑하려면 지라드 애비뉴(Girard Avenue)나 프로스펙트 스트리트(Prospect Street)의 고급 부티크가 좋습니다. 배가 고파지면 조지 앳 더 코브(George’s at the Cove)에서 정찬을 즐기거나 산지에서 직송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유명한 위스크앤래들(WhisknLadle), 색다른 타코를 먹을 수 있는 푸에스토(Puesto), 또는 해산물이 다양한 나인텐(Nine-Ten)으로 가세요.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San Diego)의 라호야 분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소유 서점 워릭(Warwick’s), 테오도르 가이젤(Theodore Geisel; 닥터 수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화가로 오랫동안 라호야에 살았다)의 독창적인 작품을 볼 수 있는 레전드 갤러리(Legends Gallery) 등 문화적인 명소들도 놓치지 마세요. (여기서 잠깐! 닥터 수스의 그림에 영향을 준 라호야의 식물들을 눈 여겨 보면 작품들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꼭 가보아야 할 곳은 코브 너머에도 있습니다. 라호야 쇼어(La Jolla Shores)에 있는 마린 룸(The Marine Room)에 가면 대형 창문 밖으로 높은 파도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호화로운 롯지 앳 토리 파인즈(Lodge at Torrey Pines) 옆에 있는 토리 파인즈 골프 코스(Torrey Pines Golf Course, 2021년에 U.S오픈을 다시 개최할 예정)에서 골프를 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위치한 라호야 플레이하우스(La Jolla Playhouse)에서 장차 브로드웨이에 진출할 작품을 미리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극장은 1947년에 문을 열었는데, 창립자 중 한명이 그레고리 펙이며, 토니상 수상작 <더 후스 토미(The Who’s Tommy)>와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에서부터 뮤지컬 <저지 보이스(Jersey Boys)>와 <컴 프롬 어웨이(Come From Away)>까지, 여러 명작들이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진행 중인 페에지-투-스테이지(Page-to-Stage) 작품들을 감상하고 개인적인 의견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저녁 식사는 캠퍼스 안에서 신선한 해산물 요리나 유명한 스시 셰프 제임스 홀더(James Holder)의 식당 제임스 플레이스(James’ Place)에서 코브 버거(Kobe burger)를 맛볼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소나무 그늘을 걸으며 멋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토리 파인즈 주립 자연 보호지구(Torrey Pines State Nature Reserve)의 하이킹 코스에도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