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스타 셰프
알록달록한 패스트리 숍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파인 다이닝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셰프들이 운영하는 최고의 레스토랑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셰프를 미 전역에서 알아주는 스타로 만들어준 TV쇼나 방송을 시청하지 않으셨다고 해도,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독특하고 뛰어난 요리를 맛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훌륭한 식재료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무장한 14명의 셰프들을 소개합니다.
스파고 (Spago)의 볼프강 퍽
볼프강 퍽은 카리스마 넘치는 오스트리아 태생 셰프로 푸드 네트워크 방송을 통해 슈퍼스타 급 셰프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유명세를 탔습니다. <스파고>는 1982년 개장한 퍽의 대표 레스토랑으로 여전히 빈 자리를 찾기 어렵고 여전히 손님들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퍽은 저녁 주문으로 한창 바쁜 시간이 지나면 일일이 테이블의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스파고>는 일류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왈도 퍼난데즈의 산뜻한 디자인 덕분에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실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러나 <스파고>의 중심을 누가 뭐라 해도 요리입니다. 퍽은 뜻밖의 재료를 함께 사용해서 손님들의 침샘을 유혹하는 본인의 오래된 개성을 여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가령, 소노마 훈제 양갈비에 인근에서 재배한 래빗 타바코 허브를 올리기도 합니다.) 여기에 제철 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요리가 추가됩니다. <스파고>의 열혈 팬들은 걱정 없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메뉴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훈제 연어 피자는 바 메뉴와 점심 메뉴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재료를 써서 요리하며 늘 바뀌는 8가지 코스의 테이스팅 메뉴는 특별한 맛의 향연을 원하시는 분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안겨드립니다.
셰 파니즈 (Chez Panisse)의 앨리스 워터스
앨리스 워터스는 지난 1992년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에서 우승한 최초의 여성 셰프로, 인근에서 조달된 신선한 제철 재료를 소개함으로써 캘리포니아의 요리계를 그 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미래지향적 인물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워터스의 대표적인 레스토랑 <셰 파니즈>는 버클리의 인기 레스토랑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각지의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문화를 전파시킨 뜻 깊은 활동으로 유명합니다. 워터스는 20년 전 최초로 버클리의 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텃밭에서 길러먹기(Edible Schoolyard)’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워터스는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근에서 재배된 유기농 먹거리의 소중함에 대해서 헌신적으로 가르쳤으며, 이는 미 전역에서 유사한 먹거리 운동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워터스는 지역 유기농 작물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국제 단체인 ‘슬로우 푸드 인터내셔널(Slow Food International)’의 부회장입니다. 이 단체가 주도한 ‘맛의 방주(Ark of Taste)’ 프로젝트는 전 세계 각 생태계에서 나온 모든 산물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워터스의 <셰 파니즈>는 이러한 슬로우 푸드 운동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으며, 식재료 역시 당연히 인근에서 조달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식 메뉴인 프리 픽스 메뉴는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런치 메뉴를 갖춘 카페도 있습니다 (프리 픽스 메뉴는 놀랍도록 훌륭한 메뉴를 좋은 가격에 맛보실 수 있는 기회입니다).
모드 레스토랑
커티스 스톤(Curtis Stone)은 18세 이후 계속해서 셰프로 일했으나,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기까지 무려 20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전성기 시절 런던에서 유명 레스토랑 셰프로 일했으며, 세러브리티 어프렌티스(Celebrity Apprentice), 아이런 쉐프 아메리카(Iron Chef America), 탑 쉐프(Top Chef), 테이크 홈 쉐프(Take Home Chef)를 포함해서 다양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습니다.
2014년 2월이 되어서야 스톤은 비버리 힐즈(Beverly Hills)에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정합니다. 그의 할머니 이름을 딴 “모드 레스토랑(Maude)”은 4년 동안 최상급 제철 식재료로 구성한 특선 메뉴를 매월 제공했습니다. 제임스 버드 재단, 트레블+레져(Travel + Leisure), LA 위클리(LA Weekly) 등 언론의 호평과 수상이 뒤따랐습니다. (2016년에 그는 형제인 루크와 함께 다른 할머니의 이름 그웬(Gwen)을 딴 유럽 스타일 정육점이자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스톤은 2018년부터 모드 레스토랑의 컨셉을 바꾸고 계절별 제철 음식과 전세계 유명 와인재배지의 와인을 함께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유명 와인재배지로 스페인의 리오하(Rioja), 프랑스의 버건디(Burgundy), 프랑스,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 등이 포함됩니다. 메뉴 개발팀이 해당 지역에 출장을 가서 와인과 요리의 결합을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메뉴를 연구합니다. 그 결과, 유명 와인재배지의 풍미와 문화가 어우러진 10 코스 요리가 탄생했습니다. 3개월 후, 메뉴 개발팀은 새로운 메뉴를 고안하기 위해 또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모드 레스토랑은 최대 24개 좌석의 “작은” 규모때문에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적은 가짓수의 메뉴 또한 탁월한 풍미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줍니다. 모드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최적화할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1)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예약을 하세요, 2) 셰프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세요, 3) 요리를 즐기세요.
마이클 미나: 마이클 미나 레스토랑 (Michael Mina Restaurant)
이집트 태생인 마이클 미나는 고든 램지가 진행하는 '헬스 키친(Hell’s Kitchen)'과 같은 TV 쇼나 갖종 음식 관련 행사를 통해서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러나 미나를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다름아닌 일본-프랑스-캘리포니아식의 퓨전 요리입니다. 블랙베리와 쇠비름을 올린 방어회, 무화과와 흑미를 얹은 오리가슴살은 그의 대표작들입니다. <마이클 미나 레스토랑>은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에 있으며 미슐랭 1 스타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미나는 뉴욕에 있는 미국요리전문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했으며, 미국 전역에 20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버번 스테이크 레스토랑도 5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점은 미나의 주력 레스토랑으로 이곳에서는 미나의 모습을 볼 기회도 많답니다. 그러나 셰프 미나를 보기 위해서라지만, 눈앞에 나온 탁월한 9가지 코스의 테이스팅 메뉴에서 눈을 떼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매티 윌리암스: 큘리나 (Culina)
윌리암스는 신선하고 모던한 색깔을 가미한 혁신적인 이태리 요리로 '요리사 구함'에서 우승해 <큘리나>의 수석 셰프가 되었습니다. <큘리나>는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스에 위치한 데이트 명소로, '포 시즌' 호텔에 있습니다. 윌리암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세계요리학교(Global Culinary Academy)' 출신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트리오 (Postrio)>와 <스파고 (Spago)>에서 셰프 볼프강 퍽 밑에서 요리를 하다 <큘리나>를 맡게 되었습니다. 종종 신 메뉴 개발을 꿈 속에서 한다고 할 정도니, 정말 달콤한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큘리나>에는 싱싱한 날 음식을 메뉴로 내어 놓는 바도 있습니다. (바 카운터에 앉으면 조리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련되고 섹시한 공간에서 개성 강한 미식으로 다이닝을 즐기다 보면 이 곳이 일개 호텔 레스토랑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간을 내서 인공 모닥불이 타고 있는 야외에서 칵테일 한 잔을 즐겨 보세요. 이 아늑한 공간을 고스란히 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실 겁니다.
브라이언 말라르키: 시어서커(Searsucker)
브라이언 말라르키는 해산물 요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남부 캘리포니아에 소재하고 있는 그의 레스토랑들은 인기 만점입니다. (그런데 셰프 말라르키는 오리곤 주에 있는 목장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니 흥미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에도 <시어서커> 분점이 있답니다. 그러나 뉴아메리칸 스타일로 요리된 탁월한 이 지역 해산물 요리를 맛보기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샌디에이고 개스램프 디스트릭트에 있는 <시어서커>로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들 요리는 이 지역 수제 맥주와 하나같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삶의 활기가 가득하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시어서커> 분위기에 젖어 보세요. 마치 햇볕에 그을린 피부를 가진 멋쟁이들이 편안한 소파에 앉아 있는 멋진 파티장처럼 보인답니다.
해산물 메뉴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목장과 농장에서 온 신선한 재료들로 탄생한 요리도 적지 않습니다. 코냑과 서양고추냉이가 함께 나오는 오리 기름 감자 튀김과 립아이스테이크도 그의 작품입니다. <시어서커>에는 훌륭한 브런치 및 점심 메뉴가 있습니다. 햇살 가득한 남부 캘리포니아의 오후 시간에 즐기시게 되면, 절대로 일어나고 싶지 않게 될 것입니다.
모래드 라흘루: 아지자 (Aziza)
라흘루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아지자>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우터 리치몬드 디스트릭트에 있습니다. 그는 전통 모로코 요리에 캘리포니아의 개성을 불어 넣어 미슐랭 1 스타를 받았습니다. 오리 콩피 바스티야, 무화과와 콩을 곁들인 쿠스쿠스, 말린 자두와 샤프론 입힌 보리가 나오는 양갈비대, 흑임자 케익과 히비스커스-자두 수프와 같은 디저트가 그의 대표작입니다. 아루굴라, 강황이 가미된 데킬라나 딸기, 프레즈노 칠리가 들어간 보드카 등 도전 정신이 넘치는 칵테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향미에 취해 보세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자란 라흘루는 20살 때 경제학 유학생 신분으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 나머지 경제학 대신에 요리에 심취하게 되었고 1996년 샌프란시스코 북쪽 마린 카운티에 첫 레스토랑을 열게 됩니다. 2008년, 리얼리티 TV쇼 '탑 셰프'에서 셰프 캣 코라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겼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최초로 미슐랭 1 스타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토마스 켈러: 프렌치 런드리 (The French Laundry)
TV 푸드 쇼 출신 스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욘트빌에 있는 <프렌치 런드리>에서 보여준 탁월함과 질적 수준만으로 셰프로서의 켈러의 명성은 굳건합니다. 미슐랭 3 스타를 받은 <프렌치 런드리>는 미식가들이 평생 꼭 한 번 맛보고자 하는 맛의 세계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테이스팅 메뉴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계절 요리가 바뀌어서 나오고 켈러의 그 유명한 '오이스터와 펄'(계란 노른자, 설탕, 화이트 와인, 향료를 섞어 만든 싸바이욘 소스에 굴과 캐비아가 제공)도 경험해 보실 수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기 때문에, 예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기회를 놓치신 분은 역시 욘트빌에 이웃하고 있는 비스트로 <부숑(Bouchon)>에서 <프렌치 런드리>보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프랑스식 요리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부숑>은 비스트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리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테이크 프리트(감자 튀김), 양파 수프, 부르고뉴식 달팽이 요리, 오리 콩피(절인 오리 요리) 등이 유명합니다.
와인 테이스팅을 하러 가면서 욘트빌을 지나가게 된다면 켈러의 <부숑 베이커리>에 잠깐 들러서 완벽한 맛을 자랑하는 마카롱이나 키슈(패스트리 껍질에 달걀, 크림, 향신료, 버섯, 햄, 커스터드, 치즈 등으로 속을 채움)를 꼭 사가셔야 합니다.
Insider tip: 셰프 켈러를 꼭 보고 싶은 분들은 기라성 같은 일류 셰프들이 줄줄이 참석하는 '페블 비치 푸드 & 와인 페스티벌’과 같은 푸드나 와인 행사를 찾아보세요.
수잔 페니거: 보더 그릴 (Border Grill)
페니거는 파트너인 매리 수 밀리켄과 함께 30년 넘게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요리를 사랑하는 팬을 만나 왔습니다. <시티 카페>, <보더 그릴>, <머드 헨 타번>에 이르기까지 페니거는 '길거리 레스토랑'의 대모가 되었습니다. 페니거와 밀리켄은 오랜 세월 협업하면서 자신들의 LA 레스토랑의 인기 요리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도 여러 권 펴냈습니다.
그러나 페니거와 밀리켄이 미 전역에서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푸드 네크워크의 멕시코 요리쇼인 '투 핫 타말레'를 300여 편 이상 진행하면서였습니다. 페니거는 리얼리티 TV쇼인 '탑 셰프 마스터스'와 '커스로트 키친'의 경연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타냐 홀랜드
타나 홀랜드는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대적할 수 있는 오클랜드의 대표 셰프입니다. 홀랜드의 <브라운 슈거 키친 (Brown Sugar Kitchen)>는 후라이드 치킨을 포함한 독특한 남부식 요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홀랜드는 매우 특이한 이력의 셰프이기도 합니다.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부르고뉴의 '바렌 요리 전문학교(La Varenne Ecole de Cuisine)을 나왔으며, 한 때 와인 수입, 레스토랑 매니저,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했습니다. 또한 뉴욕 <메사 그릴 (Mesa Grill)>에서 셰프 바비 플레이의 보조 요리사로 근무한 이력도 있습니다. 요리책도 2권이나 집필했으며, 푸드 네트워크의 '멜팅 팟'시리즈 등 다수의 TV 쇼에 출연하고 있습니다.